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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지속가능성 추적과 정책 기술

기후 모델링의 진화: 전통적 시뮬레이션에서 AI 기반 분석까지

by siahflower2025 2025. 4. 16.

기후 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복합적인 위기다. 기후 시뮬레이션은 과거부터 수치모델 기반의 방정식 접근으로 발전해왔지만, AI는 이를 넘어 새로운 해석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기존 기후 모델의 원리와 한계, AI 기반 모델의 장단점과 통합 가능성을 분석한다. 기후 예측 기술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전략적 대응을 설계하는 지능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기후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작동해왔는가

기후 모델은 지구 시스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치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대기, 해양, 육지, 빙권 등의 요소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방정식과 매개변수로 표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기후 조건을 예측한다. 이러한 모델은 수십 년간 기후 과학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반순환모델(General Circulation Model, GCM)’이며, 이는 지구를 격자 형태의 3차원 구조로 나누고, 각 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과정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학적으로 정교하지만, 몇 가지 명확한 한계를 갖는다. 첫째는 해상도다. 계산 자원의 한계로 인해 GCM은 보통 수십~수백 km 단위의 격자를 사용하며, 이는 지역 단위의 정밀 예측에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는 물리 법칙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실측 데이터의 한계나 자연계의 비선형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계산 속도 역시 문제다. 복잡한 시뮬레이션은 고성능 슈퍼컴퓨터에서 수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실시간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 모델은 지난 수십 년간 과학기술의 총아로 평가받았지만, 기후 변화의 속도와 불확실성은 기존 모델의 예측력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정밀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해법으로 인공지능 기반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기후 모델링을 재정의하는가

AI는 기존 물리 기반 모델의 약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기존 모델이 방정식과 가정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는 반면, AI 모델은 실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을 수행한다. 특히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 모델은 기후 시스템의 고차원적 상호작용을 학습하고, 기존 모델이 간과했던 미세한 변동성과 지역 특성을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 딥마인드의 ‘GraphCast’는 그래프 신경망(GNN)을 활용해 전 지구 기상 상태를 예측한다. 이 모델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 데이터를 학습한 뒤, 6시간 간격으로 10일 후까지의 기상 상황을 고해상도로 예측할 수 있다. 특히 GraphCast는 기존 수치 모델보다 훨씬 빠르며, 일부 변수에서는 예측 정확도에서도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또 다른 예로 IBM의 ‘Green Horizon’ 프로젝트는 대기 오염과 탄소 배출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시각화하는 플랫폼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도심 내 미세먼지 확산 경로를 모델링하고, 정책 수립과 대응 시나리오 설계에 활용된다.

 

이러한 AI 기반 모델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상도가 높아져 지역 단위 예측이 가능해졌다. 기존 GCM이 수백 km 단위의 격자 해상도만 제공하던 것과 달리, AI는 1~10km 수준의 국지적 예측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는 도시 단위의 정책 수립이나 농업, 재난 대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 실시간 학습을 통해 최신 데이터를 반영할 수 있다. 기후 시스템은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만으로는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AI는 스트리밍되는 센서 및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그 결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다.
셋째, 계산 속도가 탁월하다. 슈퍼컴퓨터 기반 시뮬레이션이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는 데 비해, AI는 GPU 기반 연산으로 수 분 내 예측을 제공할 수 있어, 실시간 의사결정이 필요한 재난 대응에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AI는 전통 모델과 달리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내재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예컨대 엘니뇨 현상, 제트기류 변동, 해수면 온도 상승과 같은 복합적 인과관계도 경험적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도출해낼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이 구성한 방정식 모델보다 유연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한 기존 모델이 무시하거나 단순화했던 소규모 기상 현상(예: 대기 중 국지적 회오리, 저수준 구름 형성 등)까지도 학습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어, 중규모 기후 현상의 누락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AI 기반 모델은 단점과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해석 가능성(explainability)의 부족은 중요한 약점이다. AI는 복잡한 기후 변수를 학습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는 과학적 검증이 중요한 기후 연구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AI는 훈련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데이터 품질과 다양성이 예측 결과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일부 지역은 고해상도 기후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아예 부재하기 때문에, 이 지역들에 대한 예측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그리고 AI 학습에는 막대한 전력 자원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발자국이라는 이중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따라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AI 모델이 그 자체로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윤리적 질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인공지능 기반 기후 모델은 기존 모델을 단순히 대체하기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협력적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현재는 수치 모델과 AI 예측을 병렬적으로 운영하거나, 일부 요소를 통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 대안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기후 모델링의 핵심 전략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통 모델과 AI 모델의 통합: 하이브리드 전략

현재 기후 과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접근 방식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즉, 전통적인 물리 기반 모델의 정교함과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을 결합해, 예측의 정밀도와 적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물리 정보가 반영된 머신러닝(Physics-Informed ML)’ 혹은 ‘물리 기반 제약을 준 AI’라고도 불린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대표 사례로는 NASA의 ‘IMPACT AI’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구름 형성, 해양 온도 변화, 해빙 감소 등 복잡한 자연 현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여기서 AI는 위성 이미지에서 자동으로 특징을 추출하고, 물리 모델과 연동하여 예측의 정확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모델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AI의 계산 효율성과 데이터 해석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머신러닝을 활용한 ‘Warn-on-Forecast’ 프로그램을 통해 극단적 날씨 발생 가능성을 시간 단위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수치예보 체계를 보완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단순한 기술의 결합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실시간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새로운 방향이다.

 

기술의 진화가 가져올 미래 예측의 변화

기후 모델링의 진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대응 방식 전체를 바꾸는 일이다.
이제 예측은 단지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준비하고 적응할 것인가”로 연결된다. 인공지능은 날씨나 기후에 대한 실시간 예측뿐 아니라, 정책 수립·재해 대응·도시 설계·농업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인구 모두가 조기경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Early Warnings for All’ 구상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도상국까지 확산시키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은 Copernicus 프로그램을 통해 AI 기반 기후 데이터 포털을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민과 정부, 기업이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후 모델링의 미래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의미 있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겠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여전히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도구를 주었고, 이제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묻는 시점에 도달했다.

 

기후 모델링의 진화: 전통적 시뮬레이션에서 AI 기반 분석까지
예측은 이제 미래를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바꿀 수 있을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기후를 읽는 기술의 진화는 결국,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