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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수자원과 물순환

도시 물순환 재설계: AI로 분석하는 우수 유출과 빗물관리

by siahflower2025 2025. 4. 28.

도시는 비를 흘려보낸다. 그러나 빗물은 자원이자 위험이다.
AI는 이제 물의 흐름을 예측하고 조절하며 도시를 기후에 적응하게 만든다.

 

기후위기와 도시 우수 시스템의 한계: 침수와 유실의 반복

도시화는 지표면을 불투수화하고, 이는 강우가 지하로 스며드는 대신 단시간 내 대량의 지표 유출을 유발하게 만든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의 빈도와 강도가 불규칙해지면서, 도시의 우수 시스템은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과 UN-Habitat에 따르면, 아시아·아프리카 주요 도시의 60% 이상이 연 1회 이상 침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 증가로 도시 물순환 시스템의 재설계 필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기존 도시 물순환 관리는 배수 위주의 하향식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자연 유출 및 침투 과정의 회복 없이 물을 빠르게 흘려보내는 방식이며, 결과적으로 지하수 재충전 기회를 상실하고 도시 내 열섬현상, 비점오염물질 유출, 하천 생태계 훼손 등 복합적 문제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도시 물순환 시스템은 단순한 배수 시스템이 아니라, 기후적응형 순환 시스템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도시의 불투수면 구조, 강우 시나리오, 수문 반응을 통합 분석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도시 물순환을 어떻게 분석하고 설계하는가

AI 기반 도시 물순환 분석 모델은 지표면 불투수율, 지형 경사, 유출 계수, 강우 예측, 배수 시스템 구조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해, 강우 시 시가지 내 물의 이동 경로, 침수 발생 가능 구역, 유출량 추정치 등을 예측한다. 특히 딥러닝 기반 강우 예보(LSTM, ConvLSTM), 랜덤 포레스트 기반 도시 침수 예측, 시뮬레이션 보정용 AI 모델이 주요 기술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CNN 기반 도시 격자 분석 모델은 고도·불투수면 분포·기후 시나리오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구간에 강우가 집중될 경우 몇 분 이내 침수가 발생하고, 그 깊이와 확산 범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정량화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은 기존 2D 수문 시뮬레이션(HEC-HMS 등)의 한계를 보완하며, 실시간 반응 시스템 설계에 연결된다.

또한 AI는 강우와 유출의 비선형적 상관관계를 자동 학습하여, 단순 유량 계산이 아닌 도시 생태계와 연계된 물순환 시스템 재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에는 AI 기반 물순환-에너지 연계 모델도 개발되고 있어, 강우에 따라 달라지는 배수펌프 에너지 소모량, 침수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위험도를 예측하고 정책적 조정안을 도출하는 데 활용된다.

 

 

실제 적용 사례: AI로 흐름을 설계하는 도시들

 싱가포르는 ‘Smart Stormwater Management’ 시스템을 통해, 센서 기반 실시간 강우 측정 데이터와 AI 예측 모델을 결합해 도시 물순환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다. 공공배수관에 설치된 센서는 수위 상승을 감지하고, AI는 해당 강우패턴이 과거 침수 유발 사례와 유사한지 자동 분석하여 사전 경보를 발령한다. 2022년 기준, 이 시스템은 15개 이상 침수 고위험 구간에서 자동 경보-펌프 가동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으며, 도시재난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채택되고 있다.

 미국 시애틀은 AI 기반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전략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수 유출을 최소화하는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시애틀 시정부는 UrbanSim, DeepRain 등의 AI 툴을 활용하여 토지이용 변화 시나리오별 불투수면 확장률, 수문 응답 예측, 녹지 설계 최적화를 실행하고 있으며, 빗물정원 설치 위치, 투수성 포장 우선구역, 생태회랑 유지 구간을 자동 제안받아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이 시뮬레이션은 시민참여형 도시 빗물 회복 프로그램과 결합되어, 실제 정책 실행 단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2023년부터 ‘도시 물순환 회복 2.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I 기반 빗물관리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시는 400개소 이상의 강우관측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강우 강도, 지속시간, 지형 데이터, 도로 재질 등을 결합해 침수 취약지 예측맵을 생성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빗물저장조, 침투시설, 완충녹지 조성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다. 향후 서울시는 AI 기반 물순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시민에게도 공개하여, 주거지 단위 물관리 행동 안내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도시 설계, 물 관리, 정책 실행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흐름

AI는 도시 물순환 시스템을 단순히 ‘계산’하는 도구를 넘어, 정책 수립과 공간 설계, 커뮤니티 실행까지 연결하는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강우 데이터를 모은 뒤 설계 기준을 수정하고, 대응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AI가 강우 패턴을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시뮬레이션에 기반해 ‘사전 설계-실시간 대응-사후 조정’의 전 주기를 자동화할 수 있다.

특히 도시개발과 재생사업 초기 단계에서 AI 기반 물순환 분석이 포함되면, 불필요한 배수시설을 줄이면서도 도시 녹지율 향상, 생물다양성 증진, 수변공간 회복 등과 연계된 기후적응형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는 단지 침수 방지 차원을 넘어, 도시와 자연이 공진화하는 물의 구조를 다시 그리는 작업이다.

또한, 도시 내 빗물은 단지 흘려보낼 대상이 아니라, 지하수 재충전, 조경용 활용, 수변 생태계 유지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의 흐름을 예측하고, 그 흐름 위에 기능을 설계할 수 있는 AI의 기술력이다. 정책은 데이터에 기반해 설계되고, 시민은 그 결과를 체감하게 된다. 도시 물순환의 미래는, 기술과 기후,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설계한 유연한 시스템 속에서 가능해진다.

 

도시는 더 이상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AI는 흐름을 읽고, 공간을 설계하고 빗방울 하나까지 예측 가능한 도시를 만든다.

도시 물순환 재설계: AI로 분석하는 우수 유출과 빗물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