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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AI 기반 생물다양성 회복 모델: 서식지 연결성과 복원 우선순위 예측

by siahflower2025 2025. 4. 21.

종을 보호하기 위해선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단절된 서식지는 고립된 생존을 의미한다.

AI는 이제, 생태계의 ‘길’을 복원하는 지도 제작자가 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위기와 서식지 단절의 구조적 문제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개별 종의 문제가 아니라, 서식지의 연결성 붕괴에서 비롯된다. 2022년 UN 생물다양성 보고서는 지난 50년간 생물종 개체 수가 평균 69% 감소했다고 밝히며, 그 원인으로 서식지 파편화, 도시 확장, 인프라 건설로 인한 생태 연결망 붕괴를 지목했다. 이는 개체군 간 유전적 교류를 차단하고, 번식 가능성을 낮추며, 특정 종을 고립된 생태섬으로 내몬다.

전통적인 보전 전략은 서식지 보호구역 설정에 초점을 두었지만, 서로 떨어진 보호구역들이 생태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생물다양성 회복은 한계에 봉착한다. 복원 생태학은 이제 ‘점’이 아닌 ‘선과 면’을 설계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 연결성을 과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데 있어 AI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가 분석하는 서식지 연결성 네트워크: 그래프 모델과 시뮬레이션

AI는 생태 연결망을 분석할 때 서식지 간의 경로 가능성을 그래프 네트워크 형태로 추상화한다. 각 서식지를 노드(node)로, 이동 가능한 경로를 엣지(edge)로 표현하는 이 구조는 그래프 신경망(GNN), 공간 최적화 모델, 머신러닝 기반의 저항면 분석(resistance surface analysis) 등을 통해 정량화된다.

딥러닝 모델은 위성 영상, 지형정보, 인프라 지도, 토지 피복, 수문 경계 등을 학습하며, 종 이동을 방해하거나 촉진하는 요인들을 가중치로 반영한다. 특히 ‘least-cost path analysis’와 ‘circuit theory’ 기반 시뮬레이션은 개체군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생태 회랑(ecological corridor)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이 모델은 인프라 회피 경로, 야생동물 도로 횡단 빈도, 야간 이동 패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종별, 지역별로 최적 이동 경로를 설계한다.

AI는 단순히 서식지 간 거리를 잴 뿐만 아니라, 그 사이의 이동 조건과 리스크까지 평가하여 실제로 개체군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생태 연결망을 모델링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연결성 지수(connectivity index) 산출, 단절 구간의 복원 필요성 평가, 전략적 복원 위치 선정 등의 정책적 활용으로 이어진다.

AI 기반 생물다양성 회복 모델: 서식지 연결성과 복원 우선순위 예측

복원 우선순위 예측: 경계 지역, 핵심 노드, 생태 흐름 회복

AI 기반 모델은 단순한 연결 경로 예측을 넘어서, ‘어디를 먼저 복원해야 가장 많은 종을 살릴 수 있는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AI는 서식지 크기, 이격 거리, 주변 토지 이용 변화율, 종 특이 이동 반경 등을 고려해 복원 우선지역을 계층화한다.

예를 들어 작은 보호구역들이 모여있는 지역은 개체군 연결을 통해 생존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의 완충지대를 우선 복원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반면, 장거리 이동종(예: 늑대, 표범, 코끼리)에게는 큰 서식지 간의 교차지점이 핵심 연결 노드가 되며, 이곳의 복원 우선순위가 급격히 상승한다. 이처럼 AI는 복원 전략에 ‘비용 대비 효과’ 개념을 도입해, 제한된 자원으로 가장 많은 생물다양성 회복 효과를 낼 수 있는 복원 조합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다층 데이터(고도, 식생, 수로, 기후, 인공 구조물 등)를 융합 분석함으로써, 생물종별 맞춤형 복원 경로를 도출할 수 있으며, 지역 주민 거주지 및 경제활동 구역과의 충돌 가능성도 함께 예측하여 현실적인 개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실제 적용 사례: 대륙을 넘는 생태 연결망 설계

유럽의 ‘Green Infrastructure’ 전략은 생태 회랑을 유럽 전역에 연결하려는 범EU 차원의 계획이다. AI 기반 연결성 분석은 독일-폴란드 국경 지역, 프랑스 피레네 산맥, 스페인 내륙 등의 연결망 복원 우선순위를 도출했고, 실제 복원 사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프랑스 ‘IGN’ 생태지형 시뮬레이션은 위성 영상과 기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로드킬 발생 지역과 생물종 이동 가능성 간 상관관계를 시각화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Wildlife Corridors Act’의 일환으로 몬태나, 와이오밍, 콜로라도 등의 고속도로 인근에서 AI 기반 연결망 복원 모델이 적용 중이며, 이는 도로 횡단 사고 감소와 야생동물 이동 경로 복원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Transfrontier Conservation Areas (TFCAs)’ 프로젝트가 국경을 넘는 보호구역을 설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서식지 연결 모델이 야생동물 이동 추적 데이터와 결합되어, 탄자니아-케냐-우간다 삼국을 잇는 생태 회랑 복원 구간이 설정되었다. 이는 대형 포유류의 장거리 이동 경로를 실시간 학습한 AI 모델이 복원 우선지점을 예측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생물다양성 설계의 전환: AI가 만든 복원의 지도

AI 기반 서식지 연결성 분석은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을 ‘설계 가능한 구조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보호구역 설정’이 보전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서로 연결된 구조와 복원 개입의 경로, 개체군의 회복 흐름까지 정량적으로 설계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도시화와 기후변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에서, 보전 생태계를 장기적 계획 아래 유지하고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AI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동 패턴, 환경 변화, 종 적응 반응을 학습하기 때문에, 복원 전략은 고정된 보고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이 된다.

AI가 제공하는 ‘생태 연결성 지도’는 이제 정책가, 플래너, 연구자, 지역 사회 모두에게 하나의 보편적 협업 도구가 되고 있다. 자연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이 설계하는 길, 그것이 지금, 가장 효과적인 생물다양성 회복의 전략이다.


생태계는 점이 아니라 선이고, 면이며 흐름이다.
AI는 그 흐름을 읽고, 다시 이어지는 생명의 지도를 그려낸다. 단절된 숲 너머로, 야생이 다시 길을 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