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야생동물 보호의 눈이 되고 있다.
카메라트랩과 딥러닝이 결합된 자동 인식 기술은 보전 생태학을 ‘실시간 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멸종위기종 감시의 한계와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
야생동물 보호는 전통적으로 수작업 기반의 현장 조사에 의존해왔으며, 이로 인해 시간 소모와 정확도 저하, 접근성의 제약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멸종위기종은 개체 수가 적고 활동 특성이 가변적이어서, 단기간 내에 정확한 분포와 행동 특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설령 관측에 성공하더라도, 이미지는 방대하고 분석은 수작업에 의존하며, 종종 관찰자 간의 주관적 편차도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AI 기반 자동 인식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수천만 건의 생물 이미지와 위치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하며, 종의 자동 식별, 서식지 분석, 행동 패턴 예측을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AI는 단순한 감시 기술이 아닌, 보전 전략 수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다.
AI는 야생동물을 어떻게 자동으로 식별하는가
AI 기반 감시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카메라 트랩 + 딥러닝 인식 알고리즘 구조로 구성되며, 숲이나 사막, 고산지대 등에 설치된 장비가 24시간 생물 이미지를 수집한다. 딥러닝 분석은 **CNN(합성곱 신경망)**과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을 기반으로 하며, 귀·눈·체형·무늬 등 시각적 특징을 분류하여 종을 자동 인식한다. 전이학습은 데이터가 적은 희귀종에 특히 효과적이며, 기존 모델을 유사 종 분석에 확장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시스템은 YOLO, EfficientNet 등 고속 분류 모델을 적용하여 현장에서 바로 종 인식과 보호 등급 판별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영상 인식뿐 아니라 음향 정보, 발자국 패턴, 실루엣 인식까지 통합된 모델도 연구되고 있으며, 이는 개체군 추정과 이동 경로 예측 등 보전 전략 수립에 활용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데이터 해석 보조가 아니라, 독립적 판단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실제 적용 사례: AI가 보전 생태학에 적용된 장면들
SMART(Spatial Monitoring and Reporting Tool)은 세계자연보전협회(WCS)와 WWF 등이 공동 개발한 플랫폼으로, 70개국 이상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장 조사, 카메라트랩 데이터, 순찰 경로 정보를 통합해 AI가 개체 분포 예측, 서식지 이탈 감지, 밀렵 의심 경로 자동 분류를 수행한다. SMART는 기존의 수동 보고 기반 시스템과 달리 AI가 현장에서 바로 위험 경보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 구역의 순찰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가봉 로앙고 국립공원과 DR콩고 비룽가 지역 등에서는 SMART와 AI 연동으로 코끼리와 고릴라 개체군의 감소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보전 전략을 즉시 수정할 수 있었다.
Wildbook은 딥러닝 기반의 개체 인식 플랫폼으로, ‘시민 과학’ 방식까지 수용하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관광객이나 연구자들이 업로드한 사진에서 AI가 종과 개체를 자동 분류하고, 재등장 기록과 개체별 이동 경로, 번식 주기, 서식지 변경 여부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남아프리카의 치타 보존 프로그램에서는 Wildbook을 통해 200마리 이상의 개체를 식별 및 추적하고, 혈통 간 유전 다양성 분석까지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시스템은 이제 사자, 코끼리, 북극곰, 고래상어 등으로 범위를 확대 중이며, IUCN 적색목록 데이터 갱신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인도 아삼주의 카지랑가 국립공원은 세계 최대 인도코뿔소 서식지 중 하나다. 이 지역은 빈번한 밀렵과 서식지 축소로 멸종위기종 관리의 대표적 도전 사례였다. 이곳에서는 AI 기반 영상 분석기와 열화상 카메라, LoRa 기반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통합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야간 활동 중 포착된 코뿔소의 행동 패턴, 소리 정보, 위치 이동을 실시간으로 AI가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밀렵 감시반이 위험 가능 지역을 사전에 순찰하고, 개체 수 추정의 정확도도 2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미국 몬태나주의 ‘Grizzly ID’ 프로젝트는 회색곰 개체군 보호를 위해 개발된 CNN 기반 자동 인식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곰의 발자국 형태, 걷는 속도, 체형 실루엣, 열감지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야생에서 포착된 영상을 기준으로 개체 구분, 행동 예측, 인근 위험 지역 자동 알림 기능까지 포함한다. 특히 등산로나 사냥 구역, 캠핑장 근처의 곰 출현을 조기에 탐지해 지역 주민의 안전 확보와 공존 전략 수립에 직접 기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향후 캐나다 로키 산맥의 곰 보호구역에도 확장 적용될 예정이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Google Earth Engine, Global Forest Watch, Rainforest Connection 등의 기술이 결합된 AI 기반 불법 벌목 감시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음향 센서와 AI 음성 분석기술을 활용해 전기톱, 차량 소리, 인위적 침입 신호를 분류하고, 해당 위치의 위성 영상과 함께 벌채 가능성 점수를 산출하여 보호단체에 실시간 전송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동물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접근을 예측하는 보조 모듈까지 적용 중이다. 이를 통해 2023년 기준, 브라질 파라 주의 열대우림 불법 벌목 경고 건수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태국의 ‘AI Tiger ID’ 프로젝트는 범 아시아 호랑이 보전 이니셔티브와 연계된 프로그램이다. 이 시스템은 고해상도 야생 카메라 영상과 AI 기반 패턴 분석 모델을 통해 호랑이의 줄무늬 패턴으로 개체를 식별하며, 개체별 이동 시계열 데이터와 행동 특성을 함께 기록한다. 이는 IUCN과 ASEAN Wildlife Enforcement Network가 공동 관리하는 범아시아 호랑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과 종 특성에 맞춰 구성된 AI 감시 시스템은 단순히 보호를 위한 감시를 넘어서, 실제 정책 수립, 국제협약 이행, 보전 성과 평가까지 지원하며 AI가 보전 생태학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기반 보전 전략과 AI 기술의 역할
AI 기반 멸종위기종 감시 시스템은 보전 전략을 정기 보고서 기반에서 실시간 대응 체계로 전환시키고 있다. IUCN 적색목록 등급 조정, 국립공원 관리 정책,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계 등도 이제 AI 분석 데이터를 참고해 설계된다. 또한 AI는 불법 밀렵 패턴 탐지와 대응 최적화에도 활용되며, 위성 영상, 드론 촬영, 지상 센서와의 통합으로 잠재적 위험 지역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보호구역 순찰 경로의 알고리즘 최적화, 시기별 고위험 구간 자동 지정, 행정 대응 우선순위 설정 등은 AI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작업들이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은 기관 간 협업과 국제적 데이터 공유 체계의 기반이 되고 있으며, AI가 단순 기술이 아니라 야생동물 보전의 ‘결정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보이지 않던 야생의 생명을 데이터로 감지하고AI로 해석하며 사라짐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AI × 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생농업에 AI가 개입하다: 토양건강 예측과 생물 활성도 추적 (0) | 2025.05.03 |
---|---|
AI와 토착 지식의 통합: 공동체 기반 생태복원의 새로운 흐름 (0) | 2025.04.23 |
AI 기반 생물다양성 회복 모델: 서식지 연결성과 복원 우선순위 예측 (0) | 2025.04.21 |
AI와 IoT 센서 네트워크: 생태계의 마이크로 변화를 감지하다 (0) | 2025.04.20 |
AI 기반 음향 생물 감지 시스템: 생태계의 소리를 해석하다 (0) | 2025.04.17 |
생태 드론 + AI 분석: 산림 지상 감시의 자동화 전환 (0) | 2025.04.17 |
AI 기반 열대우림 벌채 예측 시스템: 불법 파괴를 막는 알고리즘 (0) | 2025.04.16 |
지속 가능한 숲의 미래, AI가 설계한다. (0) | 2025.04.12 |